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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르포] "장애인도 투표 쉽게 하면 안 될까요"…투표소 함께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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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원IL어울림 작성일22-03-11 11:45 조회6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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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9일 김희자씨와 함께 서울 도봉구 한 투표소를 찾은 박만순(57)씨가 선거관리 위원의 도움을 받아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발달 장애인인 박만순씨는 이번이 처음 투표라고 밝혔다. 사진=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사진2)서울 도봉구 한 투표소를 방문한 박찬수씨가 시민들이 불편해할 것을 우려해 한켠에 전동 휠체어를 주차했다. 사진=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사진3)서울 도봉구 한 투표소에서 보조기 사용하는 한 시민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사진4)김희자씨가 투표를 하기 위해 복지 카드를 꺼내들었다.사진=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르포] "장애인도 투표 쉽게 하면 안 될까요"…투표소 함께 가보니
입력2022.03.10. 오전 4:30 수정2022.03.10. 오전 5:35

윤슬기 기자

제20대 대선 투표소 현장 찾은 발달 장애인들
어려운 한자, 복잡한 개념 담은 선거 공보물에 참정권 보장 어려워
투표소 1층이었지만…신체 제약있는 사람들에겐 쉽지 않은 투표



"투표하고 나니까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제20대 대통령선거 본투표인 9일 오후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한 투표소에서 만난 발달장애인 김희자(42)씨는 투표소 앞에서 첫 투표의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미리 연습도 했다"며 "내가 찍은 사람은 절대 말하면 안 되고, 투표지에는 딱 한 명만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의 투표 참관인으로 함께 투표소를 찾은 송예림 노원어울림 코디네이터는 김씨가 유년시절 보행 훈련을 받지 못해 남들보다 쉽게 지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투표소 밖까지 이어진 긴 줄에도 불평 하나 없었다. 김씨는 "힘들지 않느냐"는 송 코디네이터의 질문에도 "괜찮다"며 투표를 위해 20분가량 꿋꿋하게 줄을 서 있었다.

김씨가 투표한 곳은 한 고등학교 1층에 위치한 교실이었다. 1층에 위치한 투표소였지만,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18cm정도 되는 계단 8개를 올라야 했다. 이날 오후 기온은 서울 기준 16℃의 봄 날씨로 비장애인들에게는 '투표하기 좋은 날씨'였지만 신체적 제약으로 지팡이나 보조기, 전동 휠체어 등을 이용해야 하는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여전했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투표소에 방문한 박찬수(51)씨는 계단 대신 경사로를 이용하려다 이내 전동 휠체어에서 내려 줄을 섰다. 박씨는 "8년 전 사고 이후 몸의 오른쪽이 마비가 됐다"며 "전동 휠체어 타고 경사로 올라 투표까지 하면 좋은데, 너무 협소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투표할 때마다 겪는 불편함이라 그러려니 하긴 하는데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며 "세상이 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이번 대선 후보들도 장애인 관련 공약이 부실한 것 같아 아쉬웠다"고 전했다. 말을 마친 박씨는 한칸 한칸 어렵게 계단을 올라 투표소로 향했다.

손녀와 함께 보조기를 끌고 투표소를 찾는 고령의 노인 A씨에게도 계단은 큰 장애물이었다. A씨의 손녀는 보조기를 들어 옮기고, A씨는 주변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계단을 오를 수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투표가 너무 힘든 것 같다"며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나 앉아있을 의자라도 있으면 편할텐데…"라며 한숨을 내뱉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쉬운 투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 코디네이터는 선거 공보물부터 장애인들에겐 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씨 같은 경우는 배우는 걸 좋아한다. 지식 습득도 빠르다"며 "하지만 공보물이 어려운 한자 표현, 복잡한 개념으로 설명되다 보니 김씨가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지난달 25일 사회적 기업과 협력해 발달 장애인과 시각 장애인 등이 정보 접근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정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보조 자료를 지역 복지관 등이 배포한 한 바 있다. 하지만 각 후보자의 공약까지 쉬운 언어로 바꾸지는 못했다. 여전히 발달 장애인들이 후보자들의 정책을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송 코디네이터는 "선거 공보물을 보며 김씨에게 하나 하나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드렸다"며 "장애인들의 참정권까지 고려하는 쉬운 공보물이 의무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첫 번째 투표를 무사히 마쳤다. 지난달 24일 발달 장애인들의 투표보조 지원 관련한 지침이 변경돼 혼란이 예상된 터다. 선관위는 2020년 4월 제21대 총선에서 선관위가 갑작스레 투표 관리 매뉴얼에서 발달 장애인을 투표 보조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이후 장애인들은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며 투표보조 지원 관련 소송을 진행했고 이번 대선부터 투표보조 지원을 받게 됐다. 이조차도 법이 아닌 선관위 매뉴얼 상의 지침이라 투표소 현장 상황에 따라 어려움을 겪을 여지가 있었지만, 다행히 김씨가 방문한 현장의 투표사무원들은 적절하게 대응했다.

투표를 하고 나온 김씨는 "불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김씨는 "연습은 했는데 (제대로 찍은 게 맞나) 불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 밝은 표정을 띈 김씨는 도장을 찍는 손동작을 하면서 6월 지방선거에도 꼭 투표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장애인 단체는 완전한 참정권 보장을 위해 선거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4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 7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장애인 참정권 대응팀'은 4일 오전 종로구 사전투표소인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이 보장한 참정권을 장애인 유권자에게도 온전히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단체는 "1948년 5월 10일 최초의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이후 70여년간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많은 제도 개선과 법 개정이 있었지만, 장애인 투표권을 고려한 제도 개선과 법 개정도 언제나 가장 마지막이었다"며" 발달 장애인의 경우 공직선거법에 명시조차 되지 않았다. 10년 가까이 발달 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자료를 요구하고 있으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연구사업 하나 진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체는 구체적으로 ▲ 선거 전 과정에서의 수어 통역·자막 제공 의무화 ▲ 투표소 공적 조력인 배치 ▲ 발달 장애인 등을 위한 이해하기 쉬운 선거 정보 제공 및 그림 투표용지 도입 ▲ 시설 거주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 제도 마련 등을 촉구했다.

윤슬기(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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